HIV(AIDS)는 어디서 왔을까?

페이스북으로 I fucking love science 페이지를 구독하고 있는데, HIV에 관련된 글을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번역해봅니다. 읽어보니 HIV, 그리고 에이즈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더군요. 원문은 “Where Did HIV Come From?“입니다. 긴 글 읽기 귀찮으시다면, 마지막 문단인 “어떻게“만 읽으셔도 됩니다 🙂


HIV Epidem

15~49세 중 HIV/AIDS를 가진 사람의 비율(2011년)

HIV에 대해서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와 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Joint United Nations Programme on HIV/AIDS)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3천4백만 명의 사람들이 HIV를 가지고 있습니다.

HIV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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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HIV-1

HIV(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는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입니다. HIV는 2종류(HIV-1, HIV-2)가 있습니다. HIV-1은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바이러스지만, HIV-2는 대개 서아프리카 국가들과 그 지역과 관련 있는 지역(프랑스, 포르투갈 등)에만 한정되어있습니다.

HIV-2는 8가지 그룹(A~H)으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A그룹이 가장 세계적으로 많으며, 오직 A그룹과 B그룹만이 인간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전염됩니다. HIV-1은 4가지 그룹(M, N, O, P)으로 나뉩니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감염을 일으킨 M그룹은 창궐하고 있는 국가들에 따라 9가지로 나뉩니다.

HIV 음모론

HIV가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여러 설명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건 아래 두 가지죠.

정부가 했네!

이건 분명히 사람들이 원숭이와 성관계를 가진 거야

HIV에 대해 많은 음모론이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지 않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HIV가 사람이 만든 바이러스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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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tone (Own work) [CC-BY-SA-3.0], via Wikimedia Commons

미국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2005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50%가 HIV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으며, 25% 이상은 이러한 과정이 정부가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꽤 많은 응답자가 HIV가 흑인과 동성애자의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음모론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음모론들이 헛소리라는 증거는 많습니다. 최초의 HIV에 대한 기록은 1950년대 후반입니다. 과학자들이 그때, 바이러스를 만드는 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겨우 1953년도에 DNA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겨우 최초의 합성 박테리아 게놈을 만들었습니다.

바이러스를 만드는 데에는 유전자조작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때 당시에 바이러스 제작과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HIV의 기원에 대한 추적

아프리카의 다양한 영장류 숙주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관련 바이러스들의 다른 인종 간 감염으로부터, HIV가 발생했다고 암시하는 증거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합니다.

SIV(유인원의 면역 결핍 바이러스)의 게놈(유전정보)을 살펴보고, HIV의 여러 종류와 비교해보면, SIV가 HIV의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SIV와 HIV 간의 지리학적인 일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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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댕맹거베이 원숭이의 하위종인 칼라맹거베이 원숭이

HIV-1과 HIV-2는 각각 다른 전염 사건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혈통이 다릅니다. HIV-2가 발병하는 지역인 서아프리카에서, 검댕맹거베이(Sooty Mangabey) 원숭이에게서 매우 관련 있는 SIV를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HIV-2는 감염된 검댕맹거베이 원숭이를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HIV-1은 꽤 복잡합니다. 하지만 각각 다른 그룹(M, N, O, P)이 하나의 전염 사건을 통해 발생합니다. M과 N은 SIV에 걸린 침팬지(Pan troglodytes troglodytes)로 추적되었고, O와 P는 고릴라에게서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HIV는 언제 인류에게 들어왔을까?

시간을 두고 여러 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을 보는 것으로, 서열의 변화 또는 변이의 정도를 기반으로 하는 분자시계(진화 과정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에 생기는 변화)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분자시계를 사용해서 진화의 정도를 추론하거나, 기원이 대략 언제 존재했는지 알아냅니다.

분자시계를 사용한 결과, HIV-1 M그룹은 1908년, O그룹은 1920년으로 추정했습니다. HIV-2는 그보다 약간 늦게, A그룹은 1940년, B그룹은 1945년으로 추정했습니다.

언제는 알았는데… 그럼 ‘어떻게’는?

어떻게 인류에게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설이 있습니다. 인류가 영장류와 성교하고, 그 뒤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졌죠. 그런데 이 이야기를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은 진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장 간단한 설명은 인류가 감염된 영장류의 혈액이나 다른 분비물과 접촉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타당한 원인인데, 예를 들어 HIV-2가 가장 많은 지역인 서아프리카에서, 검댕맹거베이 원숭이는 애완동물로 데리고 있거나, 요리재료용 고기로 도축되었습니다.

Peanut butter jelly time!

Don’t share needles!

의료 관련 비용이 비싸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아프리카의 예방접종에서 의료전문가들이 주민들에게 감염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주삿바늘 공유를 했다는 이야기는 그럴듯합니다. 국제 여행과 함께, 성적 난교와 정맥주사 마약 사용의 증가는 HIV의 발생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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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투여하는 오염된 소아마비 백신

또 다른 가설은 입으로 투여하는 오염된 소아마비 백신으로부터 전염됐다는 것입니다. CHAT이라고 불리는 문제의 백신은 제작에 생체조직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백신의 생산설비에서 사용되는 신장 세포가 SIV에 걸린 침팬지에서 나왔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매우 많은 수의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결론에 이르죠. 하지만 우리가 위에서 살펴봤듯이, 모든 HIV가 침팬지에서 유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설은 입지가 약해졌습니다. 또한, 입으로 투여하는 백신이 전염을 시킨다는 것은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일입니다. 면역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입은 감염에 대항하는 꽤 좋은 방어막입니다. 게다가, 다량의 백신이 사용되고 시험 되었을 때, SIV에 대한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가설은 많은 반박을 받았습니다.

요약하자면, 명확하게 HIV가 어디서 왔는지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는 최대로 활용 가능한 증거들을 기반으로 신빙성 있는 주장은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거들은 HIV의 기원은 정부가 아니라, 유인원이라고 지목합니다. 우리는 그럴싸한 음모론을 듣는 걸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앞뒤가 맞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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